[지상중계] 2016년 이야기탐방열차 1편  
-조선 정신이 살아 있는 오대산

3월 19일 이야기경영연구소의 ‘2016 이야기탐방열차’ 1편, ‘오대산에 조선 정신이 살아있다’ 탐방을 마쳤습니다. 신병주 교수의 현장 강의와 함께한 이번 탐방을 지상중계합니다.

1. 세조가 사랑한 절-상원사

신병주_세로_1

2016 이야기탐방열차 1편 “오대산에 조선정신이 살아있다” 탐방을 이끈 신병주 교수. ⓒ이야기경영연구소

세조는 유독 행차를 많이 했던 왕입니다. 세조 행차와 관련된 유명한 유적지가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에 있는 정이품송이죠. 왕이 법주사에 가다가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렸는데, 신기하게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거둬들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왕이 “대단하다”며 지금은 장관급인 정이품의 벼슬을 내립니다. 세조는 이밖에도 행차를 많이 했습니다.

세조는 왜 행차를 자주했을까요? (청중: 지은 죄가 많아서요) 네. 어린 조카를 내몰고 쿠데타로 집권을 했기 때문에 반발이 심했겠죠? ‘나 괜찮은 사람이다’, ‘나무에 관직도 주고 생각보다 부드러운 사람이다’ 이런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을 겁니다. 현대에도 쿠데타로 집권한 전모 전 대통령도 시장에 많이 돌아다녀 밑에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해요.

세조 입장에서는 절에 가면 용서도 받을 수 있고 민심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겠죠. 세조는 여러 절에 갔는데 그 중에서도 세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많은 절이 상원사입니다.

그 중에 유명한 것이 문수보살 일화가 있죠. 세조가 상원사 행차 길에 오대산 계곡에서 목욕을 합니다. 세조는 피부병으로 몸이 안 좋았습니다.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자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 권 씨가 세조의 꿈에 나와 세조에게 침을 뱉었다고, 그 이후로 피부병을 앓았다고 합니다.

세조가 목욕을 하는데 어린 동자 하나가 다가와 등을 밀어줬다고 합니다. 세조는 고맙고 기분이 좋았지만 임금 체면상 어린 동자에게 벗은 몸을 보였다는 게 부끄러웠겠죠. 그래서 동자에게 “어디 가서 왕을 봤다고 얘기 하지 말아라”라고 이릅니다. 자신이 왕이라고 티를 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그 때 동자가 세조에게 그럽니다. “그럼 왕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봤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절에 가면 보통 중심이 되는 건물 이름이 ‘대웅전’(혹은 ‘대웅보전’)입니다. 그런데 상원사는 대웅전이 아니라 ‘문수전’입니다. 주로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석가모니를 모신 절은 대웅전이라고 하고, 문수보살을 모신 절은 문수전(文殊殿)이라고 하는 겁니다. 참고로,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모시는 절은 ‘대적광전’(大寂光殿), 아미타불을 모시는 부석사 같은 절에는 ‘무량수전’(無量壽殿)이 있습니다. 상원사의 원래 이름은 진여원으로 통일신라 성덕왕 때(724년) 지어진 사찰입니다. 신라 때 보천, 효명 두 왕자가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고, 왕이 된 효명(성덕왕)이 724년 이 곳에 문수보살을 모시기 위해 절(진여원)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수전이 있는 것이죠.

상원사 문수전. ⓒ이야기경영연구소

상원사 문수전. ⓒ이야기경영연구소

그리고 상원사에는 동종이 있는데 725년 만들어진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종입니다. 보통 에밀레종이라고 알려진 경주에 있는 성덕대왕신종(771년)을 최고(最古)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오래된 종은 상원사에 있는 동종입니다.

그리고 상원사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을 적멸보궁이라고 하죠. 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은 상원사에서 3~4킬로미터 올라가야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국내에는 적멸보궁이 몇 곳 있을까요? 양산의 통도사, 설악산의 봉정암, 영월의 법흥사, 정선의 정암사, 평창의 상원사까지 5곳입니다. 통도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강원도에 있습니다. 참고로,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불보사찰이라고 하고, 합천의 8만 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해인사는 ‘진리’를 모셨다고 해서 법보사찰, 유명한 스님들이 많이 난 송광사는 승보사찰이라고 해서 3대 사찰이라고 합니다.

문수전 앞에는 동물 석상 한 쌍이 있습니다. 무슨 동물일까요? 말? 강아지? 고양이? 사자? 고양이입니다. 세조와 고양이가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 위해 상원사에 온 세조가 문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두 마리가 세조의 바지가락을 깨물며 난리를 치더라는 겁니다. 세조가 기분이 나빠서 들어가려다 다시 나왔는데, 아뿔사. 안에 자객이 있었던 겁니다. 세조가 자신을 구해준 고양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석상을 설치하게 했다는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이야기입니다.

상원사 동종(왼쪽)과 고양이상(오른쪽) ⓒ이야기경영연구소

상원사 동종(왼쪽)과 고양이상(오른쪽) ⓒ이야기경영연구소

이 이야기에서 두 가지 의미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쿠데타로 왕이 된 세조에 대해 암살이 끊임없이 시도됐고, 세조가 이를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세조가 많은 도움을 받아 왕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문수동자의 이야기도 그렇고, 고양이의 이야기도 그렇고, 상원사는 세조가 도움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목욕을 하고 병을 고친 세조가 너무 기분이 좋아 절 이름을 진여원 대신 상원사로 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원’(院)은 절을 뜻하는 말이고, 여기에 ‘상’(上)을 붙여 상원사(上院寺)가 됐는데, ‘으뜸가는 절’이라는 라는 뜻입니다.

ⓒ이야기경영연구소

ⓒ이야기경영연구소

ⓒ이야기경영연구소

ⓒ이야기경영연구소

상원사 간판

*신병주 교수의 강의는 2편 ‘조선 기록문화의 보고, 오대산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야기 보따리는 이야기탐방열차 2편, ‘우리 술의 미학을 찾아서'(4월9~10일)로 이어집니다. 자세한 정보와 참가 신청은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