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안도현 시인과 함께 떠난 가을 여행

작성자
김 지연
작성일
2017-10-17 15:23
조회
1085
시인의 고향 예천과 안동·영주 등 경북 명소, 전통시장 탐방
초간정, 금당실마을, 무섬마을 등 숨겨진 경북의 명소 찾아
시와 문학 이야기를 듣고 지역명산물도 사 보는 인문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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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안도현(사진) 시인이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풍산시장 내에 뉴문화사진관에서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안 시인이 풍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참가자의 질문을 받아 시인인이 되게 한 어린시절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금당실마을 한옥체험관에서 안 시인(왼쪽 여덟번째)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풍산시장은 제가 어릴 때 가게를 하신 어머니를 따라 국민학교, 요즈음은 초등학교죠, 5~6학년 시절 뛰어놀던 곳입니다. 닷 세 마다 열리는 장날은 상인들의 공간이었지만 나머지 무싯날(無市日)은 아이들 차지였지요. 그때 사진관을 운영하던 친구 아버지께서 심은 사과나무가 그대로 있어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난 13일 작가의 고향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 탐방하는 인문기행 ‘가을시골장터를 걷자’에 초대된 안도현(사진) 시인이 변함없이 자리를 키고 있는 풍산시장 내 문화 사진관(현 뉴문화사진관)에 들러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의 의미를 되새겼다.

1박 2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이야기경영연구소가 주관하는 ‘전통시장이야기 인문기행’ 2차로 진행했으며, 예천이 고향인 안도현 시인을 초청해 한옥의 백미로 알려진 안동 병산서원, 10대 명당 중 한 곳인 예천 금당실마을 등 안동·예천·영주 등 경북 지역 명소와 전통시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안 시인은 그가 다녔던 풍산초등학교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짧은 강연을 이어갔다. “언제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나요”라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그는 “제가 시인이 된 것은 복수심 탓이었다”면서 고등학교시절 미술부에서 문예부로 옮기게 된 계기 등 청소년기의 기억을 소환해 냈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하기 싫은 것 중 하나가 글쓰기였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 미술부로 활동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미술부가 삽화를 늦게 그려서 교지 제작이 늦어진다는 국어 선생님의 호된 꾸지람에 오기가 생겨 ‘내가 멋드러진 시를 교지에 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를 썼죠. 하지만 분풀이로 쓴 시가 교지에 실리지는 않았어요. 화가 나서 그때 야단친 선생님께 복수하려고 고등학교에선 문예부에서 활동했어요. 자연스럽게 미술과는 멀어지고 문학과 가까워지더군요. 지금의 안도현은 그때의 ‘불타는 복수심’이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 시인의 재치있는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그가 스물셋에 썼다는 시(詩) ‘풍산국민학교’를 읽으며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듯 했다.

숙소로 정한 예천군 금당실마을로 자리를 옮겨 마을 탐방을 하면서 참가자들은 전통마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산책을 즐겼다. 금당실마을은 정감록에서 10대 명당으로 꼽힌 곳으로 마을 앞으로 금곡천이 흐르고 오미봉이 뒤를 병풍처럼 드리우고 있어 ‘배산임수’라는 명당의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양주대감 이유인의 99칸 저택 터를 비롯해 초간 권문해의 유적인 종택과 그가 심신수련을 하면서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등을 저술한 정자 ‘초간정(草澗亭)’ 등이 자리하고 있다.

금당실마을에 위치한 고택에서 저녁을 마친 참가자들은 안 시인과 문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란 언어를 압축한 문학장르인가’라는 참가자의 질문에 안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만약 아버지를 주제로 시를 쓴다고 해 봅시다. 어떻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압축해 낼 수가 있습니까? 시는 관찰과 감성 그리고 언어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나오게 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멸치’를 주제로 시를 쓰라고 할 때 2시간 동안 멸치를 관찰해보라고 조언합니다. 학생들이 쓴 시를 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대상을 관찰했느냐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관찰하는 동안 감성이 머리를 가득 채우죠. 그 다음 쏟아져 나오는 감성을 언어로 갈무리하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안 시인과 함께 한 이번 인문기행에서 초간정, 금당실마을, 무섬마을 등 비교적 덜 알려진 경상북도 지역의 명소 탐방과 풍산시장, 예천 용궁시장, 영주 풍기인삼시장 등을 들러 지역의 대표 농산물을 사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사진작가 송난영씨는 “주변의 풍경과 하나 된 듯한 초간정의 고풍스럽고 자연스러운 정취가 가장 마음에 든다”면서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상북도의 숨겨진 보배를 만나고 온 기분”이라면서 참가 소감을 말했다./사진·글=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