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명사들 이야기 인문기행으로 전통시장 살린다

작성자
김 지연
작성일
2017-10-17 15:31
조회
911

명사들 이야기 인문기행으로 전통시장 살린다


경북도, 전국 첫 시범사업 지역출신 인사가 명소 찾아 스토리텔링으로 추억 전해


201710151851_11130923830882_1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경북도의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에 참가한 예천출신 안도현 시인이 추억어린 안동 풍산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출신 유명작가들과 함께하는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을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은 경상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실시하는 시범사업이다. 지역출신의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웹툰작가, 영화감독, 파워블로거, 언론인 등으로 인문기행단을 구성해 전통시장과 지역의 역사·문화적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추억을 들려주는 사업이다. 명사들의 추억을 스토리텔링으로 가미해 전통시장이나 지역 명소를 활성화한다는 게 목표다.

지난 13일 첫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이 안동 풍산시장에서 진행됐다. 첫 주자로 나선 이는 안도현 시인.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출생해 안동 풍산초등학교를 다닌 안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라는 구절이 들어있는 시 ‘연탄재’로 유명하다.

안 시인은 이날 인문기행에서 “풍산은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곳으로 학교를 가려면 반드시 장터를 통과해야 했다”며 “흥청대던 장날 풍경은 마치 잔칫날 같았고 특히 우시장으로 몰려들던 검은 코트의 소장수들은 언제나 어깨가 넉넉했으며 입으로 불을 뿜는 차력사는 위대했다”고 회상했다.

안 시인은 또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앙상한 각목 구조물 사이가 우리들의 놀이터였고 지나가는 소달구지에 매달렸고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곳도 풍산장터였다”며 “‘올해 가을의 풍산장터는 어떻게 변했을까? 어릴 때 찍어 놓은 내 발자국은 아직 남아 있을까?’하는 설렘으로 이번 인문기행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문기행은 첫날 안동 풍산시장과 봉정사, 이천동 석불 방문에 이어 이튿날은 예천 용궁시장, 회룡포, 금당실 마을과 영주 풍기인삼시장과 무섬마을 등으로 이어졌다.

안 시인은 시장에서 밥도 먹고 물건도 사면서 향토문화를 체험하고 ‘추억 소환’을 통해 전통시장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풍산시장 인문기행에 참가한 반려동물 뉴스매체 노트펫 운영자 김진석 대표는 “풍산시장의 장날 정취를 전하는 안 시인의 말을 들으며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특히 금당실 마을에서는 유래비 ‘인걸은 지령이 낳는다’는 말 그대로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1월 초에는 상주 출신 소설가 성석제씨가 상주·문경지역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인문기행에 참가한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