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게시판

[한겨레] 안도현 시인 키운 내성천 은모래알을 만나다

작성자
김 지연
작성일
2016-12-13 10:04
조회
1206


안도현 시인의 ‘발견 기행’




이야기경영연구소 주관
“연탄 시인보다 내성천 시인으로 불러달라”




[caption id="attachment_14012" align="alignnone" width="640"]00501815_20161212 10일 낮 경북 예천 소망실 마을에서 ‘안도현 시인의 내 고향 발견 기행’에 참가한 일행에게 안도현 시인(마이크 든 이)이 자신의 고향 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caption]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안도현 시인의 시 ‘낙동강’ 첫 연이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당시 시인의 나이 만 스물이었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낙동강은 실제로는 낙동강이 아니라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다. 시인은 10일 저녁 ‘안도현 시인의 내 고향 발견 기행’ 행사 일환으로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예천 청소년수련관에서 한 강연에서 “이 시는 사실 내 고향인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소망실 마을 앞을 흐르는 내성천의 저녁 풍경을 쓴 것”이라며 “내성천의 은모래알이 나를 키웠다”고 밝혔다.

 

00501817_20161212


10일 저녁 경북 예천 청소년수련관 2층 갤러리에서 열린 ‘안도현 시인의 내 고향 발견 기행’에서 안도현 시인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 강연에는 ㈜이야기경영연구소 주관으로 실시한 ‘내 고향 발견 기행’ 참가차 서울에서 내려온 독자 30여명과 예천 군민을 포함해 100명 가까운 청중이 모였다. 기행 참가자들은 강연에서 앞서 이날 낮 소망실 마을 시인의 옛집 자리를 시인과 함께 둘러보았다. 시인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돌을 지낸 뒤 안동 풍산으로 이사했고 그 뒤에도 대구와 경기도 여주, 전북 익산과 전주 등지로 떠돌았지만, 방학이나 시제 때에는 꾸준히 고향을 찾았다. 지금도 부친과 조모의 산소가 마을 앞에 있어서 종종 들른다. 시인이 태어날 당시 건물은 지금은 헐리고 없지만, ‘까치구멍집’이라 불리는 강원 및 경북 북부 지역의 독특한 가옥 구조였다. 시인의 친동생으로 민속학자인 안태현 공군박물관장이 기행에 동행해 까치둥지만한 구멍이 뚫려 있대서 까치구멍집이라 불린 고향 집의 구조와 특징 등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저녁 강연에서 안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유명해지면서 ‘연탄 시인’ 식의 별칭이 제 이름에 붙어 다니곤 하는데, 그보다는 ‘내성천 시인’이나 ‘낙동강 시인’으로 불러 주시면 고맙겠다”며 “워낙 어릴 적 고향을 떠나 타지로 떠돌았지만, 앞으로는 고향 예천 이야기도 더 많이 시로 쓰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앞서 안 시인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밝히고 4년 동안 절필해 왔는데, 이제 다시 시를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저녁 강연에서도 그는 “몇년 만에 다시 시를 쓰려니 등단작 ‘낙동강’을 쓰던 스무살 무렵처럼 설레는 심정”이라며 “더 좋은 시를 쓰라고 서울과 고향 예천에서 여러분들이 응원을 와 주신 것으로 착각해도 되겠죠?”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이날 행사에서는 시인의 강연과 함께 참여 독자들이 시인의 시 ‘낙동강’과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등과 산문집 <안도현의 발견>에 실린 산문을 낭독했다. 강연이 끝난 뒤 안 시인과 기행 참가자들은 숙소가 있는 금당실마을 주막에서 뒤풀이를 했다. 이 자리에서도 참여 독자들이 시인의 시 ‘꽃’과 ‘벚나무는 건달같이’ 등을 자발적으로 낭송하는가 하면 시인의 삶과 시 세계, 사회 문제 등에 관해 질문을 던져 대답을 듣기도 했다. <안도현의 발견>을 텍스트로 삼아 1박2일 동안 이루어진 이번 기행에서 참가자들은 이 책에 나오는 태평추, 호매이고기(양미리), 무말랭이 같은 시인의 고향 음식을 맛보며 내성천과 회룡포, 삼강주막, 초간정, 용문사, 도정서원 등 예천의 명승지를 둘러보았다. 행사를 주최한 이야기경영연구소의 이종주 부소장은 “예천군 및 경상북도와 협의해서 안 시인의 고향 마을에 ‘까치구멍 시인마을’(가칭)을 조성하고자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예천(경북)/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74279.html#csidxf21bb804047ef149d2b48b39a95ed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