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열차 詩낭송, 야시장 문학특강…‘感性휴가’ 어떨까요”

작성자
김 지연
작성일
2016-08-01 16:10
조회
821
독자 30명과 함께 ‘진짜 여름휴가’ 떠나는 정호승 시인

“무궁화 열차 타고 서울서 대구까지 4시간, 독자들과 시 낭독하는 여유…이게 진짜 여름휴가 아닐까요?”

국내 대표적 서정시 작가 정호승(66·사진) 시인이 독자들과 함께 대구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시가 있는 인문학 여행은 나름의 운치와 멋이 있다.

일정은 18∼19일 이틀간이다. 독자 3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대구로 향한다. 이동수단은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무궁화 열차. KTX로 채 2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지만 독자들은 꼬박 4시간 동안 기차에 몸을 싣고 시 낭독, 야시장에서의 문학특강 등 인문학의 향취에 빠질 수 있다.

정 시인은 “나이가 들면서 휴가에 대한 생각도 바뀌는 것 같다. 휴가라고 별다른 게 없다. 이렇게 독자들과 인문학 여행을 하는 게 내겐 소중한 시간”이라며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열차 안에서 시를 읽고 대화도 하는 등 시를 오롯이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를 목적지로 한 것은 정 시인이 청소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 대구이고, 지난 4월 정 시인의 대표작인 ‘수선화에게’ 시비(詩碑)가 수성구 범어천 변에 세워졌을 만큼 시인의 ‘시적 고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지만 초교 1년 때부터 대구에서 살기 시작해 매일 범어천을 오가며 고교 때까지 보냈다. 범어천은 내 시의 고향이자 모천(母川)”이라며 “독자들과 함께 그때 느꼈던 순수한 감성을 나눠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자와 함께하는 정 시인의 시 낭독 여행은 오는 11월, 12월에도 한 차례씩 예정돼 있다.

한편 정 시인은 9월 6∼7일 이틀간 경북 칠곡에서 열리는 ‘제1회 시 낭독 캠프’에도 참가한다. 이야기경영연구소와 칠곡군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자리에는 정 시인을 비롯해 문정희·장석주·송찬호 등 시인들이 참여해 독자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연을 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