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칠곡에 주렁주렁 달린 게 전부 시였네∼”

작성자
leesuin
작성일
2016-05-30 09:18
조회
1072
기사 게시 날짜 2016.05.29

장석주 시인 부부와 함께 떠난 ‘시 낭독열차’

장석주·박연준 시인이 독자 70여명과 함께 28일 경북 칠곡으로 ‘시 낭독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이야기경영연구소가 ‘사랑, 시로 꽃피다’를 주제로 지난해 말 ‘책 결혼식’을 올린 시인 부부를 초청해 진행한 이 행사는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들 89명이 지난해 ‘시가 뭐고’라는 시집을 묶어내 화제가 된 칠곡의 ‘할매 시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이들은 칠곡군 약목면 남계마을에 도착해 신현우(61) 이장이 설명하는 신유 장군과 얽힌 마을 내력을 들은 뒤 주민들이 마련한 ‘유기농 점심’을 들었다. 이어 마을 주변을 산책한 뒤 신유 장군 사당 마당에서 본격적으로 초청 시인의 강연과 함께 인근 약목면 복성리에 거주하는 할머니 시인 5명의 시낭송을 들었다. ‘시가 뭐고’의 표제작을 쓴 곽두조 할머니가 먼저 나와 “아이고 잘있는교/ 내 혼자 당신 새끼 다 키우고/ 내 혼자 눈물반 콧물반 그래 살았다”로 이어지는 ‘나는 백만장자’를 낭송했다.



‘정이 들어붓다’(김두선), ‘사랑’(박월선), ‘할매 말 손자 말’(박금분)에 이어 마지막 낭송자로 나선 강금연 할머니는 최근 새로 쓴 ‘아들아’를 낭송하며 울먹거리더니 끝내 눈물까지 훔쳤다. “내 아들 나가 시끈 물도/ 안 내빼릴라 캐다/ 그 아들 노코 얼마나 조아는데/ 이제 그 아들한태 미안하다/ 네 몸띠가 성하지를 모타이/ 아들 미느리 욕빈다/ 자나깨나 걱정해주는/ 아들이 참 고맙다” 시낭송이 끝나자 손자 손녀가 나와 꽃다발을 바쳤다.


이 할머니들의 시는 한글을 배워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감정을 사투리와 맞춤법 교정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큰 감동을 자아낸다. 이날 초청자로 참여한 장석주 시인은 “꾸밈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자기 삶을 증언할 때 그 시가 갖는 힘은 정말 무시무시하다”면서 “이 할머니들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를 쓸 수 있고 자기 삶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내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시 낭독열차에 탑승한 김양화씨는 ‘릴레이문장 쓰기’에 “시가 뭐라고? 칠곡마을에 주렁주렁 달린 게 전부 시인데”라고 써넣어 최고의 문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칠곡 시 낭독열차’는 정호승(6월 4일), 문정희(9월 3일), 문태준(10월 9일) 시인과 함께 마을을 바꿔가며 계속 달릴 예정이다.

칠곡(경북)= 글·사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