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예술촌 탐방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작성자
김칠환
작성일
2016-06-03 18:11
조회
13048
문래동 예술촌을 찾다.

신도림역에서 영등포쪽으로 경인로를 따라 인도를 걷다보면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가게가 계속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도 쪽에서 보면 둥근 것, 네모진 것 등 여러 모양과 각종 크기로 쌓여있는 파이프의 단면만 보이는데 예술에 대한 문외한이 보더라도 이것이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문래동은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도 가깝고, 더욱이 TV에서 철공소 주변에 젊은 예술인들이 자리 잡은 공방이 소개되는 것을 몇 번 보았기에 이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젠트리피케이션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어 꼭 참석하고 싶었던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날은 휴일이라 젊은 예술인들이 자리매김해가는 공방을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철공소 거리를 찾아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라는 본 프로그램의 제목에 충실한 탐방을 할 수 있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나와 100여 m를 걸으면 ‘문래 창작촌’ 안내소가 나타난다. 그리고 주변 거리엔 대형 용접용 마스크 및 장도리 등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바로 문래동 예술촌(창작촌) 골목 탐방이 시작된다.

아주 옛날에 지어진 단층의 낡은 건물과 이어진 좁은 골목길은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골목길의 건물 벽 그리고 계단 등에 누군가가 아름답게 그린 벽화나 간판들이 눈길을 끈다. 조그만 간판이나 안내문도 철공소 동네답게 철제로 만들어져 있다.

사실 언뜻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옛날의 향수에 젖어서일까 아니면 이런 모습에서 예술성을 느끼기 때문일까? 우리들의 일상과 너무 다른 곳이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일까?

약간 우중충할 정도로 낡은 건물과 골목이 있는 공장지대가 예술이란 이름으로 약간씩 밝아지는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철공소가 양쪽으로 늘어서있는 골목 중앙 바로 맞은편에 현대식 고층 건물이 떡 버티고 있는 모습에서 현대와 과거의 공존을 느끼게도 한다.

좁은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낡은 건물의 화장실 문, 철공소 절삭기 등 기계를 쌓아놓은 모습, 심지어 건물 계단에 버려진 낡은 금고와 먼지를 잔뜩 머금고 벽에 붙어 있는 외관만 봐도 고물인 화재발신기까지,,,,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다른 곳 같으면 쓰레기장으로 갔을 물건들도 여기서는 치우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것 차제가 특이하니까 관심을 받는 모양이다. 좀 더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은 여기에서 예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철공소 문짝이나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도 카메라 대상이다. 외국의 어느 지역에선 그래피티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곳도 있고, 예술성도 인정받아 고가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낙서 공해로 취급받고 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근 도림천 굴레방 다리 벽면에 많이 보이더니 근래는 다 지워졌고 낙서금지란 팻말만 붙어있다.

이번 탐방길에 생각나는 것이 또 있다. 처음 도착한 곳부터 골목길을 들어서니 곳곳에 ‘일하고 있습니다. 초상권을 지켜주세요“, ”사진촬영 자제’ 등의 팻말이 보인다. 물론 이 팻말도 예쁜 모양과 색상의 철제로 만들어져 있다.

문득 지난 4월 종로구의 어느 유명한 벽화마을의 벽화가 일부 주민들에 의해 훼손되었던 기사가 생각난다. 마을에 벽화가 그려져 외국인 관광객도 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막상 근처의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 소음 등 불편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곳도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주민들과 탐방객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예술인들이 떠나면 어떡하지?)

당일 탐방했던 장소가 ‘문래동 예술촌’으로 소개되었는데 아직은 솔직히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      나는 예술에 문외한이다.  평생 근무했던 직장이 인문이나 예술과는 너무 거리가 먼 곳이었고 나 자신 또한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감성이 무디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하고, 또한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이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

따라서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프로그램에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면 감성과 예술적 안목이 조금은 키워지지 않을까 기대 해보며, 문래동 거리를 찾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두 번째 사진은 우리가 마지막 모였던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경인로 옆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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