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60대 후반에 인문학 콘서트 ‘단골 스타’ 된 두 詩人

작성자
김 지연
작성일
2016-09-19 08:57
조회
988
69세 문정희 · 66세 정호승
화려한 듯 부드러운 ‘소통’
재미있고 진솔한 특강 인기

국내 대표 문학인인 문정희(69)·정호승(66) 시인이 활발한 시작(詩作) 활동과 함께 강연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시인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뿐만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대화의 기술’로 한국문학 침체 국면 속에서도 ‘인문학 콘서트’의 단골 연사로 초청받고 있다.

두 시인은 추석 연휴로 여유로운 이번 달 오히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6∼7일에는 경북 칠곡 송정휴양림에서 열린 ‘제1회 시낭독 캠프’에 장석주, 송찬호, 고두현, 김선우, 박준 시인 등과 함께 참석했다. 고즈넉한 휴양림에서 독자들과 1박 2일간 먹고 자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석한 70여 명의 독자는 시인들의 특별강연과 시 낭독에 귀 기울이며 모처럼 ‘힐링’의 시간을 만끽했다.

문 시인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와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좌중을 매혹했다. 그는 “10년 전 미국 아이오와에서 작가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시인이기에 앞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제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쇼핑도 하고 머리도 단발로 자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대표적인 여류시인으로서 국내 일부 여성 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신세타령, 자기변명, 응석 떨기는 그만해야 한다. 문학은 언어로 투시하는 것이다. 감상을 이야기하되 문학의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시인은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고통과 행복의 관계’를 이야기해 공감을 샀다. 그는 “시는 고통의 꽃”이라며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행복도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고통이 없는 삶은 없으므로 고통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시인은 경기 김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인문학 콘서트 ‘4인 4색 작가와의 만남’에도 함께 초청됐다. 정 시인은 지난 10일 김포 아트홀에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를 주제로 강연해 박수갈채를 받았고, 문 시인은 오는 24일 ‘문학의 독기로 내 인생을 깨워라’를 제목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칠곡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