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리동 소금길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작성자
김칠환
작성일
2016-06-26 23:11
조회
11813
염리동 소금길

 

 염리동(鹽里洞),  이름 그대로 소금마을이다.

 옛 마포나루를 중심으로 한양으로 소금을 나르던 배들이 드나들어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한강 건너 염창동(鹽倉洞)은 소금창고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마포구 염리동이 소금마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은 이 프로그램 참가 이전엔 모르고 있었다.

 오늘 탐방은 2호선 전철 ‘이대’역 5번 출구로 나와 조금 위로 올라가서 전봇대에 ‘46’이란 번호판이 있는 곳에서 부터 시작하였다. 마을의 골목 탐방코스는 바닥에 노란 표시가 되어 있고 전주엔 번호를 쓴 표지가 붙어있어 이를 따라가며 한 바퀴 돌면 제 위치에 돌아오도록 되어 있었다.

이 마을은 이미 주택재개발 정비지역으로 지정되어 빈집이 많이 있고 주위엔 이사가며 버린 쓰레기가 곳곳에 산적해있었다. 많은 건물엔 ‘염리3구역 주택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주를 완료한 공가이니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점유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빨간색 두 줄이 그어진 경고장이 붙어있다. 또 다른 전단으로 ‘세입자들끼리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명분과 권리를 찾자는 모임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주택재개발지구가 구성원들의 많은 갈등이 있음을 언론을 통해 알기는 했지만 실제로 지역을 찾아본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 건물주들은 좁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을 벗어나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에 많은 기대를 하겠지만 여러 사정으로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고, 세입자들 대책을 포함하여 많은 갈등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을 것이다.

 주위엔 이미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고, 이곳도 이미 아파트 건설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문제들이 내부적으로는 엄청 많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저 밑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용암이 끓고 있을 지도 모른다. 건물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빨간 경고장과 세입자 모임 안내문 그리고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가 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주택재개발지구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상품과 같이 건물도 생기고 몰락하는 사이클 또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철거를 앞둔 건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일행 중 어느 분은 아직 쓸모있는 물건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버리고 갈 것을 사람들은 더 많이 모으고 더 많이 벌려고 발버둥을 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의 탐방은 다른 곳과는 그 내용이 다르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염리치안센터 옆에 ‘염전(鹽廛) 머릿돌’ 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1996.12월 마포구청에서 세운 것으로 ‘한강(漢江)으로 들어온 소금배가 소금을 풀어 거래(去來)하던 염전(鹽廛)이 있었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소금을 만드는 염전(鹽田)과 한문자가 다르다. 염전(鹽廛)의 전((廛)은 ‘가게’를 나타내는 것이니 소금가게를 말한다.

 소금을 만드는  염전(鹽田)은 서해 바닷가 나의 고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낯설지 않다. 염전은 어렸을 때 놀러 가본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과 들에서 사금파리나 깨진 옹기를 주워 모았다가 이를 수거하는 사람에게 주고 엿이나 사탕 등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타일로 대체되었지만 당시는 염전 바닥에 까는데 사용되었던 것이다.

 오늘 탐방에서 ‘셉티드(CPTED)‘란 용어도 들었다.  ’셉티드‘는 환경디자인을 통한 범죄예방으로, 이곳 염리동도 기존 주택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보존한 채 환경개선과 보완을 통해 범죄로 부터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추진하여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골목길엔 ’모란이야기‘ 등 여러 꽃그림을 비롯하여 디자인고등학생들이 그린 예쁜 벽화도 있고, 소금의 자연적인 의미와 꽃말을 접목시킨 길도 가꾸어져 있다. 또한 곳곳에 ’소금길 안전대처 요령‘을 붙여 비상벨 사용법 등도 알리고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이곳은 범죄율이 감소하여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미국 뉴욕은 낙서가 심했고, 역무원들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지하철 범죄가 심했다고 한다. 1994년 취임한 쥴리아니 시장은 치안 개선을 위해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먼저 시행한 것이 낙서지우기와 기초질서 확립이었다. 그 결과 뉴욕의 범죄율이 대폭 감소하여 도시환경개선이 범죄예방에 중요함을 알려주었다. 오늘 셉티드란 용어에서 미국 뉴욕시의 사례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은 ‘사라지는 황량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또는 골목에서 삶이 체화된 미학적 관점을 찾는다’는 것과 같은 본 프로그램의 주제를 제대로 소화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서울에서 그동안 수없이 이뤄졌던 주택재개발지구에 대하여 본 것과  ‘염리동’이란 한 동네의 역사 그리고 오늘 배운 ‘셉티드(CPTED)‘에 대하여 정리해보았다.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오늘 무더위 속에서도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코스를 기대해본다.
첨부파일 : 20160626_1558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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