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플라자 (DDP)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작성자
김칠환
작성일
2016-08-01 22:26
조회
10764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DDP)

 

DDP를 소개하는 글에 ‘환유(換喩)의 풍경(風景)’이라는 소제목이 나온다. 평소 자주 듣지 않았던 말이라 사전을 찾았다. 환유(換喩)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표현하기 위하여 그것과 가까운 다른 낱말을 사용하는 수사법’이란다. 그러면 ‘환유의 풍경’이란? 이해가 잘 되지 않으니 고명석 교수님의 저서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에서 ‘DDP’에 대한 글들을 여러 번 읽게 만든다.

‘디자인 서울’을 내세우는 서울시와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에 대한 내용은 물론 이를 비판하는 글도 건축이나 예술에 대하여 무지렁이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앞으로 갈 길이 한참 먼 것 같다.

그러나, 위 책에서 ‘예술의 영원한 주제는 미메시스일 것이다’며 미메시스는 하나의 의미로만 독해될 수 없으니 각자 알아서 독해하여 쓰면 된다는 글에 위안을 얻는다. 모른다고 주눅들지 말고 내가 보고 느낀대로 생각하면 된다(?)니 이보다 더 고마운 말이 있겠는가?

DDP는 전철을 타고 가서 내부를 몇 번 보았지만 외부를 둘러보기는 처음이다. 외관이 곡선으로 연결된 대형 건축물로, 이미 서울의 손꼽히는 명소가 되어 있다. 외관을 보고 누구는 우주선 같다고 하고, 고 교수님께서는 야간에 조명이 켜진 DDP 외관을 보면 전기뱀장어 같다고 하신다.

우리나라 전철역 중에서 역명이 가장 긴 곳이 DDP가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다. 전철역명을 좀 더 단순하게 하지 않고 이렇게 길게 지어야 했는지 의문이지만, 예전에 경기 관람은 물론 간단한 스포츠 용품을 사려고 해도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기에 과거의 흔적을 찾는 것에 더 기대가 되었다.

DDP안내 지도를 봐도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지만 당시 조명탑이 야구장과 축구장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옛 것을 부수고 완전히 새롭게 세웠으면서도 예전의 조명탑 2개만이라도 보존하여 볼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성화대도 녹지에 보존되어 있었다. 물론 운동장을 둘러싸고 도로의 양쪽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던 스포츠 용품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차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원래 이름이 서울운동장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야간 경기가 가능한 곳이었다. 1980년대 중반 잠실운동장이 생기면서 이름도 동대문운동장으로 바뀌게 된 곳이다. DDP 뒤편의 동대문운동장기념관에서 모형이나 유물을 통해 동대문운동장의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공원 한 쪽으로 흰색의 LED를 꼽아 놓아 멀리서 보면 마치 메밀꽃 군락지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 남산쪽에서 청계천으로 물이 흐르던 곳에 있었던 이간수문을 만난다. DDP 공사과정에서 복원한 곳이라고 한다.

원래 서울에 전차를 운영했던 경성궤도회사터도 답사할 계획이었으나 폭염에 취소할 수밖에 없던 것이 무척 아쉽다. 누군가가 서울시 전차를 타 본 사람은 경성궤도 세대라고 하니 나도 경성궤도 세대다.

예전에 가수 ‘은방울 자매’의 히트곡 ‘마포종점’이란 노래가 발표된 것은 서울에서 전차가 마지막으로 운행된 1968년이었고, 제목은 바로 전차의 마포 종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동대문 운동장 옆으로 기지에 많은 전차들이 모여 있었던 곳이 궁금했었는데 마침 동행하신 박광규 해설사님께서 동대문 안쪽으로 평화시장 옆에 현재의 JW MARRIOT 건물터라고 알려 주신다.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라는 주제를 몇 년 더 따라다니다 보면 나도 안목이 좀 넓어지겠다 싶은데, 2월 첫 회부터 오늘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셨던 고명석 교수님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 하니 너무 아쉽다.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하시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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