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산책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작성자
김칠환
작성일
2016-03-27 22:29
조회
13385
정동길 산책

 

‘거리와 골목은 살아있는 책이며, 오래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서울에 미학을 입히자’ 는 안내문 맨 앞에 나오는 글이다. 오늘 찾은 곳은 서울에서 이곳만큼 역사 교과서를 쓸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사와 사연이 이어져 내려오는 정동길이다.

산책길 코스는 덕수궁, 덕수궁 돌담길, 구세군 중앙회관, 중명전, 구 러시아 공사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근대문화유산이 몰려있는 곳으로 짧은 시간에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이어져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처음 찾은 중명전(重眀殿)이 가장 인상 깊었다.

덕수궁과 분리되어 정동극장 위쪽 골목길 안에 외롭게 위치한 중명전은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이란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1905년 일본과 을사늑약이 체결된 치욕의 현장이다. 일본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협조 하에 체결된 전문 5조의 짧은 문서를 갖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부당함을 만방에 알리고자 고종황제가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할 때 그들에게 친서를 전한 곳이라고도 한다.

중명전에는 이와 관련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힘없는 국가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중명전에서 치욕의 과거 교훈을 얻기 보다는 오랫동안 이곳을 잊고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외국인 사교모임인 경성구락부로 쓰이기도 했고, 이후에도 건물 앞은 정동극장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으로 이곳을 사들였다는 것이 언론에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단다.

이곳의 역사만큼이나 우여곡절을 겪은 중명전을 지금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이제 제 자리를 잡았다고 하겠다.

오늘 정동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미술을 소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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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
  • 2016-03-31 19:42
    김칠환 선생님 말씀 대로 정동길 <중명전>에 첫걸음하신 분들의 감명이 깊더군요! 그러기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문화역사의 현장을 찾아 산책하면서 감응하는 것, 그러함이야말로 "미학을 입히다"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